어제는 생일이었다.
쉰 다섯번 째...
상상도 하지 못한 나이다.
오십대 중반의 나이면 어떤 삶을 살까?
그런 상상 조차 해보지 않았다.
새벽에 엄청난 복통에 잠을 깼다.
이미 전 날 부터 몸살과 체한 듯 뒤숭거리고
몸이 정상은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극한 복통...
새벽 두시 경, 홀로 화장실에서 신음을 참으며
나는 단 한 마디만 되뇌이고 있었다.
"아버지...살려 주세요"
얼마나 절실하고 간절한지...얼마나 복통이 심한지
온 몸이 전기에 감전 된 듯....부르르 부르르 울려 왔다.
얼핏 본 거울에 너무나 창백하고 백지장 같이 하얀 얼굴이
있었다.
한 없이 초라하고 약해 보이는 낯선 사내...
"아버지..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도와 주세요...."
이토록 절박해 본적이 있을까?
마침 나는 다윗을 연구하고 있었다.
광야에서 쫓기던 다윗을 통해서 '제자도'를 살피겠다고
하던 중이다.
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내가 간절히 주를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
시63:1
다윗이 광야 어디선가 지었다는 시다.
'내가 간절히'..
나는 정말 간절하다 못해 전기에 감전 되듯 아프게
주를 찾고 있었다.
너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이토록 간절해 본적 있는가?
그 와중에 그런 생각이 다 스쳤다.
그거 깨닫게 하시려는 것인가?
비위와 위장이 좋은 내가 이런 뜬금없는 배앓이는 처음이다.
결국 그렇게 간절히 찾고 찾고 구하고 구해서야
그 요동치던 복통은 잠잠해 졌다.
정말 아버지가 내 간절함을 불쌍히 여긴 것이라 믿는다.
결국 생일 아침 아무것도 못먹고 지연이 써준 흰죽을
조금 먹고 말았다.
오전에 잠쉬 쉬고 오후에 동네 내과를 찾아 갔다.
마침 점심 시간이 2시까지라 하여 십여 분을 골목길을
돌며 기도했다.
쉰 다섯 되었으나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마음 뿐이다.
무수한 것들을 하는 듯 했으나 아직 너무 모른다는 생각 뿐...
그래도 아버지가 예비하신, 기뻐하시는 지경으로
인도해 달라고 습관처럼 기도를 조금 뿌렸다.
여전히 기운이 없었으나 용기내어 강의 준비하고 저녁에
<광야학교>에 갔다.
준비한 다윗의 '제자도'를 강의하고 쉬는 시간...
오십대 후반에 터키에 선교를 떠난 다는 누님이
생일인지 아시고 케잌을 준비하셨다.
그런거 쑥스럽지만 성의가 있으니 초를 하나만 꼽았다.
"이제 겨우 한 살로 태어나는 기분입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 아직 어리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어리니 얼마나 좋은가!
어리니 아직 자라가야 할 길이 많고 멀다.
그렇게 쉰 다섯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