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난 무슨 일을 해야 하나요?"
아침부터 광야학교 주제인 '마가복음'을 공부하다가
눈이 너무 피로하고 노곤하여 사무실로 올라왔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이라 작은 등산을 하는 기분이다.
하오의 햇살이 블라인드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사무실에
후배 S가 홀로 있었다.
나는 베란다에 만들어 놓은 아지트같은 공간으로 넘어가-
문이 없어 사다리를 만들어 창문을 넘어가도록 했다-안락의자에
몸을 맡겼다.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햇볕이 아득하고 가득 침범하기 때문이다.
노곤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마가복음의 주제들을 아이폰으로
살피고 있었다.
"형, 난 무슨 일을 해야 하나요?"
그 때, S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렇게 뜬금없이 물었다.
정말 뜬금이 없었다.
"그걸 왜 나에게 묻냐?"
정말 그렇게 대답했다.
자기의 인생, 자기가 할 일은 스스로 찾아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어떻게 살라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수한 시간 고민과 기도로
채워서야 이 길에 서 있는 것이다.
그래도 성의를 보여야 해서 S와 잠시 대화를 했다.
의외로 해결은 간단했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하면 되는 것이다.
그는 지금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것이 매우 중요한 사명임을
자각하고 있다.
그것을 계속 치열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S가 충분히 이해된다.
무언가 확신 속에서 하고 있지만 그 길들 속에서 가끔은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이렇게 백년동안 계속 될 것 같던 겨울이 갑자기 끝나고 봄의 기운이 밀려 오는
날에는 말이다.
이런 날 홀로 5층 꼭대기 사무실에서 오후의 한가롭고 소소한 외로움으로 무장한
빛들에 잠기다 보면 말이다.
온 세상에 나 홀로 있는 듯 하고 나는 무언가...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기분이
엄습하는 것을 무수히 겼었기 때문이다.
이제 오십이 넘어 나는 방황하지 않는다.
환경이나 나 자신의 나약함에 휘청거릴 나이는 지났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그 싸움을 어느 정도 끝낸 것이다.
아직도 휘청인다면 한번 뿐인 생에서 참으로 난감하고 억울할 일이다.
홀로 골목길들을 빙돌아 기도하며 집으로 행했다.
"난..무엇을 해야 하지?"
전염이 된 것인가?
갑자기 그런 엉뚱한 질문이 불쑥 고개를 쳐든다.
잠시 멈추어서서 하늘의 구름들을 아이폰으로 찍었다.
집까지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길을 나는 일부러 낯설고 다른 길들을 찾아
빙빙 돌아 다녔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지만 그 질문은 나약함이나 나쁜 것이 아니었다.
잊고 있었는데 나는 참으로 멋진 도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을 꿈꾸고 4년 동안
<광야학교>에 도전하는 것이다.
갑자기 후배의 엉뚱한 질문에 나의 꿈을 돌아보는 오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