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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경의 히브리적 배경 (4) 랍비들의 문헌, 복음서의 히브리적 표현

  • 이상준
  • 조회 4387
  • 게시물
  • 2017.05.23 15:00
예수님의 시대에 기록된 문서들 중 가장 많은 것이 랍비들의 문헌이다. 이 문헌들은 몇 구절을 제외하고 모두 히브리어로 기록되었다.

이 문헌들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미쉬나다. 미쉬나는 구전 율법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기원후 200년 경에 글로 기록되었다. 여기에는 랍비들의 관습, 전통, 격언, 설교 등이 들어 있다. 놀라운 점은 랍비들의 문헌에는 다음과 같이 예수님의 말씀과 비슷한 구절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분의 뜻을 너의 뜻인 것처럼 행하여 그분이 너의 뜻을 그분의 뜻인 것처럼 행하게 하라
아봇 2:4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마태복음 26:39

네 동료의 명예를 너의 명예처럼 소중히 여기라
아봇 2:10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태복음 7:12

예수님의 가르침은 많은 비유들로 이루어졌다. 랍비 문헌에는 약 5천개의 비유가 들어있는데 그 중 두 개만이 아람어로 된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히브리어로 기록되었다.

이 비유들 중에는 ‘왕의 비유’라 불리는 것들이 있는데 예수님도 왕과 관련된 비유를 자주 사용하셨다. 왕의 비유들 중에는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열 처녀의 비유’나 마태복음 22장(누가복음 14장)에 나오는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의 비유’와 유사한 비유들도 있다.

랍비들이 이런 비유를 말하던 시대에 계셨던 예수님은 그들의 비유에 대하여 잘 알고 계셨고 그들의 비유의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나라에 대하여 가르치신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들이 말하고 기록하는데 사용했던 히브리어로 그 비유들을 말씀하셨을 것이다.




복음서가 히브리어로 기록되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를 복음서 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헬라어로 된 복음서의 원문에는 히브리적 문장 구조만이 아니라 히브리어 특유의 표현을 그대로 직역한 것과 많은 관용구들이 존재한다. 이런 히브리적 표현을 모르면 예수님의 가르침을 해석하거나 이해하기가 무척 힘들다.

우리가 복음서의 히브리적 배경을 모르는 상태에서 복음서를 읽게 되면 그 말씀들을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잘못 이해하게 된다. 하나는 우리가 읽는 말씀이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 뜻을 알기를 포기하고 언젠가 누가 설교나 메시지를 통해 알려주겠지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 말씀이 한글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되어 있어서 예수님이 원래 말씀하신 히브리적 의미와 전혀 다른 우리가 아는 한국어의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다.

히브리어의 많은 단어들은 그것과 대응되는 한글이나 영어나 헬라어의 단어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런 단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함축적인 의미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원래 히브리어로 된 말씀을 그 의미가 제한적인 번역된 언어로 읽게 되면 원래 의도한 말씀의 온전한 뜻을 알 수 없다.

예를 들면 히브리어로 ‘집’을 의미하는 ‘바이트’는 ‘집’이라는 의미 외에도 ‘가정, 가족, 지파, 왕조, 성전’이라는 뜻이 있다. 마찬가지로 ‘아들’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베트’는 ‘아들’만이 아니라 ‘후손’, ‘시민’, ‘구성원’, ‘제자’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신약 성경에는 이런 히브리어 단어들이 문자 그대로 번역된 부분이 많이 있다. 이것은 헬라어나 영어, 한글로는 말이 되지 않고 오직 히브리어의 의미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히브리어 단어가 직역된 것의 예를 들면,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하자 마리아가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눅 1:34)라고 대답한다. 마리아는 ‘나는 남자와 동침한 적이 없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여기서 ‘알다’는 히브리어로 ‘야다’를 번역한 것으로 ‘야다’는 ‘안다’는 뜻과 ‘동침한다’는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창세기에 ‘아담이 그의 아내 하와와 동침하매’(창 4:1)에서 ‘동침한다’에 사용되었다.

누가복음 1장 34절의 ‘알다’는 영어 성경에 ‘knew’로 번역되었고 헬라어로 원문에는 ’기노스코’가 사용되었다. 이 단어들은 모두 ‘알다’라는 뜻은 있지만 ‘동침하다’는 뜻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이 구절은 오직 원래 기록된 히브리어를 통해서만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아마도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히브리어 단어인 ‘샬롬’이다. ‘샬롬’은 직역하면 ‘화평’, ‘평안’이라는 뜻이지만 구약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서 ‘Hello’나 ‘안녕하세요’처럼 인사말로도 사용되는 표현이다.

‘샬롬’은 우리의 신약 성경에 ‘평안할지어다’(마 27:29, 눅 1:28 등)로 번역되었고 영어 성경에는 ‘Peace be to you’로, 헬라어에도 ‘평안’을 의미하는 ‘에이레네’로 직역되었다. 이것은 세 언어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표현으로 오직 히브리어에만 있는 관용적 표현이다.

우리가 구약 성경에서 많이 봐서 익숙하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신약 성경에는 히브리어의 관용구가 많이 기록되어 있다. ‘눈을 들어 보다’(눅 16:23 등), ‘~의 이름을 ~라 하라’(마 1:21 등), ‘주의 이름을 부르다’(행 2:21) 등은 모두 히브리어에만 있는 관용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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